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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만리포마을 전경사진입니다.
작가사진

이경복(李坰馥)
1953년 부여에서 태어남. 직장 관계로 80년대 초 태안으로 온후 줄곤 대안에서 살고있다. 99년 (대전가톨릭문우회)의 '교우문예작품 현상공모' 에서 산문 부문최우수상을 차지한 경력이 있으며, 2001년 (문예한국)지 수필 부문 신인상당선으로 등단하였다. (태안문학) 창간호부터 다수의 시와 수필들을 발표하고 있다.(한국문인협회)회원.

작품소개

다리 밑 피서(避署)

삼복더위가 한창이다. 벌써 며칠째 뜨겁게 달구어 놓은 아파트 콘크리트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비지땀이줄줄 흐러내리는 것이 마치 가마솥 안에 앉아있는 것 같다. 선풍기 바람을 쏘여도 더운 바람이 나고 에어컨을 켜봐도 별로 시원한 느낌이 없다. 이럴 때는 어디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앉아 땀을 식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피서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집을 나섰다. 휴가 나온 아들과 아내를 설득하여 신진도(新進島) 다리 밑으로 가기로 했다. 거기에는 출렁이는 바다가 잇고 서느한 다리 밑 그늘이 있고 또 상쾌한 해풍이 있어 집보다는 시원할 것 같은 생각에서다.

신진도는 20여 년 전 내가 이곳에 왔을 때에는 섬이었다. 동백꽃과 해당화가 곱게 피어 있는 인가(人家)도 한적한 섬마을 이었다. 그때는 그 곳을 가려면 작은 통통선을 타고 오고 갔었다. 그러던 것이 육지를 잇는 기다란 연륙교(連陸橋)가생기면서 조용했던 섬마을이 시끌벅적 변하기 시작했다. 깊은 항구가 조성되니 고깃배들이 모여들었고 그에 따라 각가지 건물들과 유흥업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없는 것이 없는 번잡한 항구거리로 변해버렸다.수협 어판장 옆에는 각종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가득 쌓였고 그것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꽤나 붐볐다.요즈음은 오징어가 한물이다. 동해안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몇 년전부터 수온 변동으로 서해안에서도 잡히기 시작했다. 오징어잡이 큰배들이 몰려들어 지금은 어획량이 풍부해졌다. 그래서 저렴한 오징어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것이었다.

우리도 오징어 한 상자와 붕장어를 조그 사 가지고 신진도 다리 밑으로 향했다. 한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왔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 있을 줄은 몰랐다. 그넓은 주차장에 차가 빼곡이 차 있어 빈자리를 찾기도한참 걸렸다. 더욱이 관광버스가 몇 대 서 있어 더 북적거렸다. 이곳저곳 먹자판이 벌어지고 흥이 난 엿장수의 성능 좋은스피커가 마치 소문난 관광지를 연상케 했다.잔잔한 조약돌이 깔린 해변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이제야 바닷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다리 밑 그늘은 시원한 곳이다. 다른 곳은 바람이 안 불어도 다리 밑에는 언제나 바람이 인다. 오늘도 적당한 하늬바람이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뙤약볕도 아랑곳 없는 낚시꾼들이 여기저기 낚싯줄을 드려놓고 한가하게 앉아 있다. 설물을 따라가며 조개를 캐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조그만 아이들은 해수욕장인 양 수영복 차림으로 자맥질하기에 바쁘다.아내는 사 가지고 온 오징어를 바닷물에 씻고 있다. 가위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내고 깨끗이 씻어 비닐 봉투에 담는 일이 즐거운가 보다. 어떻게 보았는지 갈매기 떼들이 새카맣게 몰려들어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아내가 던져주는 오징어내장을 서로 먹으려고 괴성을 지르며 야단법석이다. 아내도 질세러 괴성을 질러댄다.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빼앗기고두 팔로 갈매기를 쫓는 모습이 우습다. 매일 오징어 내장을 얻어먹는 갈매기들은 사람이 무서운 것도 이제 잊었나 보다.이곳저곳에서 해산무을 굽는 냄새가 구수하다. 숯탄에 불을 붙이고 돌 위에 놓인 석쇠에는 오징어, 붕장어, 조개류, 삼겹살, 그 종류도 다양하다. 모꼬지 나온 일행들이 빙 둘러앉아 소주 한잔 곁들이는 모습들이 정겹고 더위는 정녕 잊은 듯하다. 우리도 서둘러 숯탄에 불을 피우고 오징어와 붕장어를 구웠다. 특히 서해안에서 잡히는 붕장어 통구이는 별미이다.아직도 꿈틀거리는 싱싱한 붕장어에 왕소금을 듬성듬성 뿌리고 노르스름하게 익힌다. 소주 한잔 곁들인 그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예전에는 붕장어를 구어 먹지 않고 주로 회로 먹었다. 껍질을 벗기로 하얀 무채럼 작게 썰어 회고추장에 찍어먹던 '아나고회'가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통구이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회는 멀어진 것 같다.휴가 나온 아들을 영양보충 시키느라 아내의 손길이 바쁘다. 덥석덥석 잘먹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배부른 얼굴이다.여름 해는 갈 길이 바쁜가 보다. 어느덧 해거름 노을 빛이 서쪽하늘에 색색이 꽃구름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갈길 바쁜관광버스들은 모두 떠나고 집이 가까운 사람들만 남은 것 같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태양도 서서히 바다 속으로 빠져들고이제 설핏해졌다. 황홀하도록 아름답던 하늘과 바다가 주홍색에서 시나브로 보랏빛으로 바뀌고 있다.해넘이가 지나면 바람은 더욱 시원하게 불어온다. 밀려 나갔던 바닷물도 이제 작은 풍랑을 일으키며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신선이 따로 있나!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지!'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다. 어둠을 타고 극성스로운 모기들이 우리를몰아내고 있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승용차에 오르니 기다렸다는 듯 후끈한 열기가 달려들어 숨이 턱 막힌다. 오늘 하루 다리 밑에서의 피서가 못내 아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